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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제사를 지내며

무굴도사 2019. 6. 10. 22:49

 어머니 기일은 다가오는데 나는 나름대로 고민을 간직하며 미적거렸다. 설날에 두 아들들에게는 너희들이 종잡을 수 없이 바쁘니 부모님 기일 말고 기일이 가까운 주말에 추모제를 지내자고 했지만 그렇게 되기가 쉬운 것은 아님을 깨닫기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제주도에 살고 큰아들은 서울에 살지만 지방의 공장을 수시로 드나들고 중국과 일본은 외국이 아니라 로컬이라며 예고없이 다니니 잡아놓을 수 없는 처지이고, 작은아들은 집이 의왕시이면서 대구에서 교수직에 있고 작은며느리가 서울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처지라 주말부부로 사는데 제삿날에 모이자니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 것.

 이런 고민을 아는 아내가 제주에서 제삿상을 차릴 것이니 혼자 지내도 되는 것  아니냐며 나를 위로했다. 조촐하지만 나는 오늘저녁 어머니 제사를 지냈다. 아내는 내가 어렸을 적 참외를 키우셨고 내가 원두막의 추억을 간직한 것을 상기시키기 위하여 참외를, 어머니가 마지막 병석에 계실 때 드셨다는 토마토를 젯상에 올렸다. 아내가 너무 고마웠다. 

 작은며느리는 어제 우리의 사정을 듣고 미안해 했으며 큰며느리는 죄송하다고 울먹였고 큰아들은 제사 직전 전화를 걸더니 저는 말하지 않고 괜찮다는 아비 말만 들었다. 나는 말했다. 형편 닿는대로 하자고. 그러나 추석과 설날은 꼭 모여서 조상를 받들어야 한다고.

 나는 2015년에 쓴 수상록 『어머니 그리고 나의 이야기』의 서문 한 구절로 축문처럼 읽는다.

 "자식들을 위하여 모진 고생을 하신 어머니, 자식들에게 꿈을 심어주시던 어머니가 있었기에 지금의 나, 꿈을 가진 내가 있는 것이며 나아가서 희망찬 미래를 열어가는 자손들이 있는것이다."